
불교에서 말하는 미움과 분노 내려놓는 방법
용서와 자비의 의미
누군가를 미워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 사람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이름만 들어도 표정이 굳어지고, 잘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마음이 더 불편해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분명 상처를 준 사람은 상대인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일상을 살아가는데, 정작 나는 그 사람을 떠올리며 잠을 설치고 화를 냅니다.
미움은 상대방을 향하는 감정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오래 품고 있으면 가장 먼저 그 감정에 머무는 사람은 나 자신입니다.
그렇다면 불교에서는 미움과 분노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법구경은 원한에 대해 무엇을 말할까
《법구경》 초반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누군가가 나를 욕했고, 때렸고, 이겼고, 내 것을 빼앗았다는 생각을 계속 품고 있는 사람에게는 원한이 가라앉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 생각을 계속 붙잡지 않는 사람에게는 원한이 가라앉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게송에서는 미움은 미움으로 사라지지 않고, 미워하지 않음으로 가라앉는다는 가르침이 이어집니다. 실제로 《법구경》 3~5게송에서 확인되는 내용입니다. Dhamma Talks
이 말을 처음 들으면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잘못한 것은 그 사람인데 왜 내가 내려놓아야 하지?'
하지만 이 가르침은 상대방의 잘못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옳았다고 인정하라는 뜻도 아닙니다.
오히려 질문은 이것에 가깝습니다.
그 일을 계속 마음속에서 되풀이하고 있을 때, 지금 고통받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과거의 일은 이미 끝났는데 그 사건을 오늘도 계속 마음속에서 반복하고 있다면, 상처를 준 사람과 별개로 내 마음은 계속 그날에 머물게 됩니다.
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누구에게 남을까
부처님에게 거친 욕설을 퍼부은 바라문의 이야기도 초기불교 경전에 실제로 전해집니다.
《상윳따 니까야》 SN 7.2, 흔히 **악꼬사 숫따(Akkosa Sutta)**라고 불리는 경전입니다.
한 바라문이 화가 나 부처님을 찾아와 심한 말을 퍼붓습니다.
부처님은 그에게 한 가지를 묻습니다.
친척이나 손님이 찾아왔을 때 음식을 대접했는데 그들이 받지 않는다면 그 음식은 누구의 것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바라문은 당연히 대접하려던 사람에게 남는다고 답합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자신 역시 그의 욕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실제 SN 7.2에는 욕설과 분노를 되갚지 않고 '받지 않는다'는 비유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IBC E-Library
이 이야기를 오늘의 삶에 그대로 적용하면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화를 냈습니다.
그 사람이 잘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던진 말을 내가 며칠, 몇 달, 몇 년 동안 계속 품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 번 던져진 말이 내 마음 안에서 수백 번 반복됩니다.
상대방은 한 번 상처를 주었는데, 나머지 상처를 내가 계속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미움이 일어나는 것과 미움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다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화가 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상처받았는데 웃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억울할 수 있고, 부당한 일을 겪었다면 화가 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 생기는 것과 그 감정에 계속 끌려가는 것을 구분하는 일입니다.
누군가의 말에 분노가 올라올 때,
'지금 화가 나고 있구나.'
라고 알아차려보는 것입니다.
그 짧은 순간이 중요합니다.
알아차리지 못하면 감정은 바로 말과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알아차리면 아주 작은 틈이 생깁니다.
그 말을 그대로 되돌려줄 것인지,
잠시 멈출 것인지,
그 자리를 벗어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틈입니다.
용서는 잘못을 없애주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용서를 어려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 사람이 잘못했는데 내가 왜 용서해야 하지?'
'용서해주면 그 사람만 편해지는 것 아닌가?'
충분히 들 수 있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용서를 꼭 상대방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잘못은 잘못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관계를 끝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만나지 않을 수도 있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이 그 사람에게 평생 붙잡혀 있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용서는 상대방보다 나 자신을 미움으로부터 조금씩 풀어주는 과정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앙굴리말라에게 돌을 던진 사람들
불교에는 앙굴리말라라는 유명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는 많은 사람을 죽인 흉악한 인물이었지만 부처님을 만난 뒤 출가하여 수행의 길로 들어섭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의 과거를 곧바로 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맛지마 니까야》 MN 86에는 출가 후 탁발하던 앙굴리말라가 사람들이 던진 흙덩이와 돌 등에 맞아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리며 돌아오는 장면이 실제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Dhamma Talks
이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는 변화와 책임을 동시에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앙굴리말라가 변했다고 해서 과거에 저지른 일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분노가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한 인간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갈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어도 이후의 행동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비는 미운 사람을 좋아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자비롭게 생각하세요.'
라는 말도 상처받은 사람에게는 때때로 너무 쉽게 들립니다.
자비는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억지로 좋아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 사람과 다시 가까워져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 사람도 완전한 인간은 아니다.'
그 사람도 자신의 두려움과 욕심, 상처와 어리석음 속에서 행동했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해한다고 해서 잘못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상대를 영원히 미워해야만 내가 옳다는 생각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자비는 상대를 위한 마음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이 미움에 갇히지 않기 위한 마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움을 내려놓으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당장 용서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는데 억지로
'나는 용서했어.'
라고 말하면 감정을 눌러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먼저 이렇게 바라보는 편이 좋습니다.
- 내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미움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 내가 무엇 때문에 가장 상처받았는지 살펴봅니다.
상대의 행동인지, 배신당했다는 느낌인지, 무시당했다는 마음인지 바라봅니다. - 지금도 그 사건을 계속 되풀이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이미 끝난 일이 오늘의 나까지 계속 붙잡고 있지는 않은지 보는 것입니다. - 용서와 관계 회복을 구분합니다.
마음에서 내려놓는다고 다시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오늘 하루만 조금 덜 붙잡아봅니다.
완전히 잊으려 하지 말고, 생각이 올라올 때 다시 그 이야기에 힘을 보태지 않는 연습부터 시작합니다.
미움을 내려놓는 것은 누구를 위한 일일까
오랫동안 미워했던 사람을 놓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그 미움마저 내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이 감정까지 놓아버리면 내가 당한 일을 인정해버리는 것 아닐까.'
그렇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는 것과 계속 미워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잘못을 기억하면서도 미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거리를 두면서도 원한에서는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까지 또 미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당장 모든 것을 내려놓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아주 조금만 손에 힘을 빼보세요.
그 사람이 달라지지 않더라도,
나는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사과하지 않더라도,
내 하루까지 그 사람에게 계속 내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미움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일이 아니라,
내 삶을 다시 나에게 돌려주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그 마음이 있다면
오늘 이 등불 앞에 잠시 내려두고 가셔도 좋습니다.
🎬 영상으로 천천히 들어보세요
「미움을 내려놓는다는 것」
원력의 등불 https://youtu.be/c4gqvopvqW0?si=2E9bd9lRIA14xaCO
마음에 작은 등불 하나가 필요한 날, 다시 찾아오세요.
「등불의 마음」은 불교의 지혜와 이야기를 통해 상처와 인연,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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